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단 몇 분 만에 한 건물을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은 단연 ‘피난기구’입니다.
특히 계단이나 비상구로 탈출이 불가능할 경우, 창문을 통한 외부 대피를 가능케 해주는 **‘완강기’와 ‘간이완강기’**는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소방시설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실제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완강기의 구성부터 사용법, 관리상의 문제점, 간이완강기와의 차이점까지 전 국민이 알아야 할 피난기구의 모든 것을 정리했습니다.
1. 완강기란 무엇인가?
완강기(緩降機)는 화재, 지진 등으로 계단을 통한 피난이 불가능할 때, 건물 외부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든 수직 탈출용 기구입니다.
건물 내부에서 창문을 통해 외벽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구조이며, 보통 아파트, 호텔, 병원, 숙박시설, 학원, PC방 등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완강기는 사용자의 몸에 벨트를 고정한 후, 창문에 설치된 고정 지지대에 연결된 로프를 통해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구조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피난기구로, 지속적으로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2. 완강기의 구성 요소
완강기는 다음과 같은 주요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지지대: 로프와 조속기를 고정시키는 구조물. 건물 외벽 또는 창문 틀에 설치됨
- 조속기(속도조절기): 사람의 하강 속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주는 핵심 장치
- 벨트: 피난자의 몸을 고정시키는 장비. 보통 허리에 착용
- 로프: 하강 시 사용하는 줄. 조속기와 연결되어 있음
- 릴(휠): 로프를 감아 수납하는 부품. 보관 시 줄이 꼬이지 않도록 함
- 후크: 지지대와 조속기 또는 로프를 연결하는 금속 고리
이 모든 구성 요소가 완비되어야만 실제 상황에서 안전하고 원활한 피난이 가능합니다.
3. 완강기 사용법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완강기는 1회용’이라고 오해하지만, 완강기는 반복 사용이 가능한 기구입니다.
1회용은 간이완강기이며, 완강기는 여러 명이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사용 절차 요약:
- 창문을 완전히 열고, 지지대가 창밖으로 충분히 나올 수 있도록 확보
- 후크를 창문 밖에 고정된 지지대에 단단히 걸기
- 조속기와 로프를 창문 밖으로 떨어뜨려 지상까지 닿게 함
- 몸에 벨트를 착용하고 단단히 조임
- 창틀에 걸터앉아 벽 쪽을 보며 천천히 몸을 돌림
- 조속기의 속도에 맞춰 하강
❗주의:
너무 낮은 지지대에 설치하면 사용자가 뛰어내리는 형태가 되어 충격 위험이 발생합니다.
항상 선 자세에서 벽을 보며 천천히 하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 완강기 설치 시 흔히 발생하는 문제
실제 현장에서는 완강기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완강기 설치 위치 앞이 막혀 있음
→ 담장, 적치물, 가건물 지붕 등으로 하강 불가 - 창문 위치가 부적절함
→ 통유리, 고정형 창, 환기용 소형 창 등 사용 불가 - 지지대가 창문 밖으로 나가지 않음
→ 창틀 사이즈 미달 또는 설계 미흡 - 높이 부족으로 낙하 충격 위험 발생
→ 지지대 높이가 너무 낮아 안전하게 돌 수 없음
결국 피난을 위한 기구가 설치만 되어 있고 실질적 사용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5. 완강기의 잘못된 보관 및 관리 실태
실제 조사된 건물들의 사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보관 문제가 발견됩니다:
- 완강기 지지대가 녹슬고 부식됨
- 로프가 햇빛에 노출되어 경화됨(딱딱해져 사용 불가)
- 비에 노출되어 조속기 내부에 녹 발생
- 완강기 전실에 물건이 쌓여 피난 공간으로 사용 불가
- 완강기 박스가 아예 없음 (건물 내 사라짐)
- 표지판 글씨가 햇빛에 바래 사용법 인식 불가
6. 올바른 완강기 보관 및 관리 방법
안전한 피난을 위해 완강기를 아래와 같이 보관해야 합니다:
- 완강기 박스는 지지대 바로 옆,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
- 직사광선 피하고 실내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
- 사용법 안내문은 A4 사이즈로 출력해 코팅 후 벽에 부착
- 매년 정기 점검 실시 (로프, 조속기, 지지대 상태 확인)
- 설치 층수에 맞는 길이 확보 (층당 약 3m 고려)
7. 간이완강기란? 완강기와의 차이점
간이완강기는 일반 완강기보다 더 간단한 구조로, 숙박업소 등 1회성 피난이 필요한 시설에 설치됩니다.
2인 1실 기준, 실당 2개 설치가 기본입니다.
✅ 간이완강기의 특징:
- 1회 사용 후 폐기
- 릴과 벨트 구성은 같지만 반대편 벨트 없음
- 조속기 한 쪽만 연결됨
- 벽면 고정용 고리에 후크 걸고 사용
- 최근에는 4개 이상 볼트로 단단히 고정된 고리만 사용 가능
8. 소방시설로서 완강기의 현실적 문제
완강기는 법적으로 의무설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고려는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다수의 건물에서는:
- 설치만 해두고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
- 창문 위치·크기·형태 문제로 사용 불가
- 사용자 교육 및 피난 훈련 부족
- 점검 미실시로 기능 상실
- 피난 공간에 물건 적치로 실제 피난 불가
즉, 형식적인 설치에 그치고 실질적 구조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 현실입니다.
9. 완강기 설치기준 (화재안전기준 NFTC 301 기준에 따른 요약)
완강기와 간이완강기의 설치는 단순히 건물 외벽에 ‘걸어두는’ 개념이 아니라, 법적 기준에 따라 면적·용도·구조·위치 등을 철저하게 따져 설계하고 설치해야 합니다.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술기준(NFTC 301)」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 1) 설치 대상 및 수량
- 숙박시설, 노유자시설, 의료시설:
→ 해당 층 바닥면적 500㎡당 1개 이상 - 위락시설, 문화집회시설, 운동시설, 판매시설, 복합용도층:
→ 800㎡당 1개 이상 - 기타 용도:
→ 1,000㎡당 1개 이상 - 계단실형 아파트:
→ 세대별 1개 이상 설치 - 숙박업소 객실(휴양콘도 제외):
→ 기본 피난기구 외에 객실마다 완강기 1개 또는 간이완강기 2개 이상 추가 설치 필수
✅ 2) 설치 구조 및 방법
- 피난기구는 가로 0.5m × 세로 1m 이상, 바닥에서 1.2m 이하에 위치한 창 등 피난 가능한 개구부에 고정 설치
(높을 경우 발판 설치, 밀폐창문일 경우 파괴장치 필요) - 완강기 지지대는 건축물의 기둥·보·바닥 등 구조적으로 견고한 부위에 볼트조임 또는 용접 등으로 튼튼히 고정
- 로프는 하강 중 건물 외벽이나 장애물에 닿지 않아야 하며, 지상 또는 피난 가능한 착지면까지 안전하게 닿는 길이 확보
✅ 3) 설치 제외 및 감면 기준
- 다음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 완강기 설치 면제 가능:
- 건물 주요 구조부가 내화구조
- 2개 이상의 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 설치
- 거실 모든 부분이 직접 복도로 통행 가능
- 복도에서 2개 방향으로 각각 다른 계단 도달 가능
- 단, 숙박시설 객실에 설치되는 완강기·간이완강기는 예외 없이 설치해야 하므로 면제 불가
✅ 4) 위치 및 안내표지
- 완강기 설치 장소에는 시인성 높은 위치에 축광식 또는 발광식 위치표지와
외국어 및 그림이 포함된 사용방법 안내표지를 함께 부착해야 합니다.
10. 결론: 피난기구는 실전 대비 훈련과 관리가 생명입니다
완강기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구조장치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리가 미비하고, 사용법을 모른 채 방치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 점검 체크리스트:
- 완강기 박스와 지지대 상태는 양호한가?
- 창문은 완전히 열릴 수 있는 구조인가?
- 사용법 안내문이 명확한가?
- 피난 공간에 물건이 쌓여 있지 않은가?
- 모든 피난기구는 정기적으로 훈련이 이뤄지는가?
📌 마무리하며
스프링클러, 감지기, 유도등도 중요하지만, 직접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구조설비는 바로 ‘완강기’입니다.
더 이상 설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 점검과 훈련이 병행되는 현실적인 소방대책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화재 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피난기구의 현실과 개선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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